퇴직연금계좌의 특징은 장기에 걸쳐서 매년 임금상승률만큼 증가시킨 부담금을 적립식으로 운용하는 것입니다. 퇴직연금계좌에서 30년 동안 주식형펀드에 투자한 경우 어느 정도의 자금을 모을 수 있는지 알아 봅니다. 30년 동안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거 주가 데이터를 사용하여 시뮬레이션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가정을 합니다. ■ 현재 나이가 30세이고 60세까지 30년 동안 DC형 퇴직연금에 가입 ■ 기업이 DC형 퇴직연금계좌에 매년 1백만원씩 사용자부담금으로 납부 (매년 임금상승률 3% 가정) ■ 직장을 옮기더라도 전 직장의 퇴직연금을 IRP로 이체하여 60세까지 투자 ■ IRP계좌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퇴직소득세 등 세금은 단순화를 위하여 무시 ■ 주식형펀드에는 적립금의 70%까지 투자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100% 투자 가정. 일부 TDF의 경우 100% 투자 가능 1. 퇴직연금계좌에 납입되는 부담금 전체를 국내주식 인덱스펀드에 투자한 경우 1976년 이후 KOSPI의 추이를 그려 봅니다. 과거 40여년 동안 변동성은 컸지만 추세적으로는 계속 상승하여 왔습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때에는 전고점 대비 60% 이상 급락한 적이 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전고점 대비 40% 이상 급락하는 등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매우 높습니다. |

위에서 가정한 대로 매년 초 100만원씩 30년 동안 부담금이 납입되어 KOSPI 인덱스펀드에 투자한 경우의 성과를 분석해 봅니다. 먼저 임금상승률을 무시하고 분석합니다. 사용자부담금은 매년 100만원씩 납입되기 때문에 30년 후에는 부담금 적립액은 3,000만원으로 증가합니다. 따라서 부담금 적립금의 평잔은 1,500만원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2006년 수치 10.5에 대해서 설명 드립니다. 이 값은 1977년초부터 30년 동안 매년 100만원씩 퇴직연금계좌에 납입하여 국내주식인덱스펀드에 투자하였더라면 30년 후인 2006년말에 사용자부담금과 투자이익을 합한 총액이 적립금 원금 평잔 (1,500만원)의 10.5배인 1억5,750만원으로 증가한 것을 의미합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원금 평잔의 8배까지 적립금을 증가시킬 수 있었지만 그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8년에는 4.4배 증가에 그쳤습니다. 2018년말 수치는 4.4배로 하락하였는데 30년 전인 1989년에 퇴직연금계좌를 개설하여 매년 1백만씩 부담금을 납입하여 투자하였더니 원금 평잔 1,500만원의 4.4배인 6,600만으로 증가하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보다 KOSPI 상승률이 낮아지면서 (중간에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급락장 포함) 성과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

과거 데이터를 사용한 시뮬레이션은 장기간의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KOSPI 역사가 50년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데이터가 작은 편입니다. 증권시장 역사가 긴 미국의 대표지수인 S&P500지수를 사용하여 동일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습니다. S&P500지수는 장기적으로 상승추세를 시현하였지만 단기적으로 급락한 경우도 존재합니다. 닷컴 버블이 붕괴된 2000년대 초반 지수가 40% 폭락하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38% 급락하였습니다. |

아래 그래프는 30년 동안 매년 초 100만원씩 퇴직연금계좌에 부담금에 납입하여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한 경우 원금 평잔 (1,500만원)대비 퇴직연금 적립금이 증가한 배수 추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30년 투자기간 종료시점을 기준으로 1990년 이후 6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1999년에는 18배로 적립금이 가장 많이 증가하였습니다. 투자기간 종료 시점 기준으로 2008년 이후에는 6~8배로 안정적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각각 40% 손실을 기록한 닷컴 버블과 글로벌금융위기 폭락장을 포함한 성과를 고려하면 나름 좋은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매년 임금이 3%씩 상승하였다면 결과는 얼마나 달라질까요?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기업이 납입하는 사용자부담금은 매년 임금상승률만큼 증가합니다. 따라서 첫 해의 사용자부담금이 100만원이라면, 그 다음 해에는 103만원, 그 다음 해에는 106.1만원 등으로 계속 사용자부담금이 증가합니다. 매년 사용자부담금이 증가하여 납입되기 때문에 증액식이라고 합니다. |

닷컴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투자기간에 포함된 2008년 이후 기준 원금평잔 (1,500만원)의 8~10배로 증가하였습니다 (임금상승률에 기인한 부담금 증가분도 원금이지만 여기서는 앞의 결과와 비교를 위해서 제외시켰습니다). 40% 정도의 손실발생구간이 두 번이나 있었음에도 8~10배 (1.2억원~1.5억원)로 적립금을 증가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주가가 급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부담금을 계속하여 납입한 부분과 임금상승률 (3%)만큼 매년 증액하여 투자하였기 때문입니다. 매년 정액으로 투자하였을 때의 6~8배로 증가한 것보다 3% 증액률로 사용자부담금이 증가하는 경우가 약 2배 정도 더 적립금이 증가하였습니다. DC형퇴직연금의 사용자부담금이 300만원이고 임금상승률이 3%인 가입자가 미국주식 인덱스펀드에 투자하였더라면 평잔 (4,500만원)의 8~10배로 퇴직연금을 불렸다는 것인데 금액으로는 3억6천만원에서 4억5천만원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도 부부의 은퇴 최저 생활비 월 200만원을 마련할 수 있고 여기에 주택가격 3~4억인 주택에 대한 주택연금을 신청한다면 은퇴 후 적정생활비를 커버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이 수치는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100% 주식형펀드에 투자한 경우의 가상의 결과이지만,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퇴직연금에서 은행예금 위주보다는 주식형펀드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
시사점입니다. 퇴직연금은 장기에 걸쳐 계속하여 적립식 형태로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시장이 급락하더라도 계속하여 부담금을 납입하면 매수단가를 낮출 수 있어서 추후 주가가 상승하게 되면 손실을 회복하는 시기도 빨라지고 주가 상승으로 인한 수익률 증가를 누릴 수 있습니다. ■ 전직을 하더라도 전 직장에서 발생한 퇴직연금은 IRP계좌로 이체하여 계속 투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해외주식형펀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 한국경제는 중국 등 거대경제대국의 출현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하여 과거와 같은 주가 상승을 시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따라서 미국 등 선진 증시를 중심으로 투자하면서 성장세가 높은 신흥국가에 일부 투자한다면 우수한 투자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급락할 때 참고 견딜 수 있는 손실 수준을 파악하여 이를 퇴직연금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2004년부터 적립식펀드 열풍이 일면서 많은 은행고객들이 주식형펀드를 적립식으로 가입하였습니다. 하지만 글로벌금융위기 때 전세계적으로 주가가 40% 이상 급락하면서 일부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적립식으로 매월 납부하던 자동이체를 정지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결국 저점에서 손실을 확정해 버린 셈인데, 그 이후 주가가 상승할 때 과거 손실경험 때문에 투자도 못하고 바라만 봤던 고객이 매우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주식형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일정 기간 동안 손실을 볼 수 있고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인내심이 있어야만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손실 폭이 차이가 납니다. ■ 과거 글로벌 위기가 발생할 때 40%까지 주가가 하락하였는데, 40% 손실을 감당할 수 없는 분은 주식에 100% 투자하면 안됩니다. 만약 20%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다면 주식형펀드는 50% 이하로 가져 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막연히 과거에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다시 상승하였으니까 40% 손실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막상 자신의 계좌에서 30% 정도 손실이 발생한 것을 경험하면, 이성적으로 판단이 안되는 것이 사람의 심리입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환매하게 되면 그 후에 주가가 회복하기 시작하고, 손실은 확정한 채 주가가 상승하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은퇴시기가 다가올수록 보수적인 운용이 필요합니다. ■ 하지만 은퇴시기가 다가올수록 새로 납입되는 부담금보다는 기존에 납입한 적립금이 매우 크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금액도 커지게 됩니다. 또한 추가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감소하기 때문에 은퇴 시기에 근접할수록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노후자금을 지킬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