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목적자금 마련을 위한 포트폴리오 및 투자상품 선택


은퇴할 때까지 25년이 남은 시점 (30대 초중반)부터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를 시작하는 개인이 국민연금에 가입한 후 은퇴시점에서 5억원 (현재 가치 약 3억원)에 상당하는 주택을 주택연금으로 활용한다고 가정하여 은퇴시점에서 필요한 은퇴일시금을 다른 글에서 계산해 본 적이 있습니다. ​

최저생활수준에 필요한 일시금은 약 2억원, 적정생활수준에 필요한 일시금은 7억원 정도였습니다. 5억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은퇴일시금을 더 낮출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25년 동안 2~7억원 정도의 일시금을 마련하는 것이 은퇴설계의 목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적지 않은 금액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투자전략을 마련하여 체계적으로 투자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의도 생활을 증권회사계열 경제연구소에서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경제펀더멘탈에 기반하여 시장을 예측하고 개인 투자를 시작하였습니다. The Handbook of Equity Style Management 2판을 1997년에 원서와 동시에 번역 출간하면서 시장에서 알려진 주식평가지표를 사용한 스타일투자방법에 대하여 관심을 가졌습니다. ​

당시에 느꼈던 것은 시장이 단기적으로 펀더멘탈에 대비하여 상당한 정도로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과 예측을 기반으로 투자비중을 급격하게 조정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투자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

2005년 이후 다양한 해외펀드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경제펀더멘탈을 기준으로 투자 국가를 결정하되 시장이 예측했던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더라도 시장에 맞서지 말고 투자비중을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해외펀드 투자를 시작하였습니다.​

시장이 급등하더라도 30% 정도는 현금을 대기성 자금으로 보유하다가 시장이 급락할 때 추가로 매수하는 tactical 투자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했던 펀드는 나름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었던 미국, 유럽, 중국, 브라질, 베트남 등 이었고 실패했던 상품은 원유나 MLP 등 특별자산펀드였습니다. ​

위 국가들의 경제펀더멘탈은 나름대로의 견해가 있었고 해당 증시를 악화시킨 요인에 대한 분석 후 추가투자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큰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계속 보유하거나 추가로 투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원유나 MLP펀드가 급락할 때는 원인 파악도 어렵고 피상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있다 보니까 10% 정도의 손실은 견디다가 손실이 20%를 넘어 가면 두려움에 매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멘텀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전고점 대비 최고 손실폭인 MDD (Maximum Drawdown)을 환상적으로 낮춰 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에도 동일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아직 실행해 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1단계: 전체 투자금을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투자할 비중을 결정합니다.

개인별로 투자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감내할 수 있는 한도가 다른데 이를 측정하는 지표로 Risk capacity가 있습니다. Risk capacity는 투자손실을 보더라도 목적자금을 마련하는데 커다란 문제가 없는, 즉 투자자가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최대손실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이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는 증시에 커다란 충격이 발생하였을 때의 손실, 예를 들어, 닷컴 버블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글로벌 주가가 단기적으로 40% 급락한 적이 있는데 이를 감내할 수 있으면 risk capacity가 40%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퇴직연금계좌도 그렇지만 노후자금 등 목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보통 적립식형태로 장기 투자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투자초기에는 40%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미래에 적립식형태로 유입될 금액에 대비하여 현재의 투자금액이 작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40%의 risk capacity를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

하지만 투자기간말에 근접함에 따라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증가하는 반면 향후 새로이 유입되는 투자자금은 감소하기 때문에 risk capacity는 낮아지게 됩니다. ​

보통 financial advisor들이 적립식보다는 거치식으로 투자할 때를 기준으로 risk capacity를 파악하여 이를 기준으로 안전자산의 투자비중을 고객에게 권고하게 되는데, 장기적립식에 대한 risk capacity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 부담금 누적 비중은 투자기간을 25년으로 하여 매년 임금이 3%씩 상승한다고 가정할 경우 퇴직연금계좌의 부담금 (투자원금)의 누적액 비중을 투자기간별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

첫 해에 1원으로 시작하여 매년 3% 증액하여 퇴직연금계좌에 유입된다고 가정하면, 25년째말에 유입액의 누적액이 36.5원이 됩니다. 투자기간 5년이 남아 있는 20년째의 비중이 74%인데 이는 향후 5년 동안 부담금총누적액 36.5원의 26%가 추후에 현금으로 유입되어 투자된다는 의미입니다.


투자기간 15년째의 부담금 누적비중이 50% 정도인데, 만약 이 시점에서 최대 10% 손실을 보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고객의 경우 risk capacity는 10%입니다. 과거 글로벌 충격이 발생했을 때의 주가 최대손실폭 (MDD) 40%를 기준으로 한다면 현재의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을 50% 정도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Risk capacity = 10%이고 향후 추가적으로 유입되는 현금 50%와 최대손실폭 40%를 고려할 경우 현재 투자금의 50%를 한도로 위험자산에 투입하여야 (50%×40%×50%= 10%) 증시가 급락하더라도 발생하는 손실이 10% 이내, 즉 risk capacity이내에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2단계: 안전자산의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1단계에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이 30:70으로 결정되었다고 가정합니다. 설명의 편의상 퇴직연금계좌 (DC, IRP)의 위험자산투자한도와 같도록 가정하였습니다. ​

안전자산이란 3년 이상 투자시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매우 낮은 자산으로서 퇴직연금계좌에서는 대기성현금, 정기예금, RP, MMF, 채권형펀드 등을 말합니다.​

대기성 현금은 퇴직연금계좌에서 투자하지 않고 남아 있는 현금으로서 퇴직연금사업자가 콜금리 수준의 이자를 지급합니다. 현재 콜금리가 1.75%정도니까 6개월짜리 정기예금금리보다 높습니다. ​

연금저축펀드에서는 펀드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MMF, 채권형펀드가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계좌와 연금저축펀드계좌를 동시에 활용하여 통합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단계: 위험자산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위험자산의 비중을 70%로 가정하였는데 여기서는 위험자산 100%를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투자금액의 상당부분을 투자하는 주력 포트폴리오 (Core portfolio)와 단기적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하여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서 운용하는 보조 포트폴리오 (Satellite)를 구성합니다.


주력포트폴리오와 보조포트폴리오의 비중은 얼마가 좋을까요?​

주력포트폴리오 50~60%, 보조포트폴리오 40~50%, 보조포트폴리오 비중 40~50% 중 10~30%p 는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주력 포트폴리오 50%, 보조포트폴리오내 펀드투자 30%, 보조포트폴리오내 현금 20% 등으로 결정합니다.​

현금비중을 유지하는 이유는 보조포트폴리오가 예상과 달리 손실이 발생할 경우 추가적으로 보조포트폴리오를 매수하는 tactical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대기성자금이더라도 콜금리를 받기 때문에 무수익 자산은 아닙니다. ​

DC형 퇴직연금계좌에서는 매월 또는 매년 정기적으로 기업이 부담금을 입금시켜 줍니다. 보통 사업자들의 퇴직연금 홈페이지를 보면 신규로 현금이 유입될 때 자동으로 재투자되도록 등록하는 화면이 있는데, 저는 과거에 이 기능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현금이 유입될 때 기존에 투자하고 있는 펀드들의 수익률을 보고 비례적으로 투자할지 아니면 손실을 시현한 펀드에 추가로 투자할지를 결정하였는데, 기계적으로 안분하는 것보다 유용한 방법입니다.

전체 자금을 주력 포트폴리오와 보조포트폴리오로 이원화시켜 운용하는 방법은 수천억원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600조원 이상을 운용하는 국민연금도 채택하고 있는 방법입니다. 국민연금 등 대형기금을 운용하는 전문 기관들은 전략적 자산배분을 주력 포트폴리오로 하여 기본적으로 가져가고 전술적 자산배분을 보조 포트폴리오로 하여 운용하는데 이를 개인들이 따라하기는 어렵습니다. ​

전문적 역량도 부족 할뿐만 아니라 투자할 수 있는 자산도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연금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는 위험자산은 우리나라에서 운용중인 공모펀드로 제한됩니다.


주력 포트폴리오는 어떤 것이 좋을까요?​

주력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 바람직합니다. 글로벌주식시장을 가장 잘 대변하는 지수로 MSCI ACWI (All Country World Index)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산운용회사들이 글로벌주식시장에 분산투자할 때 벤치마크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지수입니다. ​

MSCI ACWI의 주요국가별 투자비중은 다음과 같습니다 (MSCI에서 자료를 구할 수 없어서 피델리티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iShare MSCI ACWI ETF의 정보에서 추출한 수치입니다).


주력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은 각 지역별로 투자하는 펀드를 골라서 이 비중과 비슷하게 투자할 수 있습니다. 펀드를 고르기 어려운 분들은 TDF (Target Date Fund)중에서 Target date까지 20년 이상 남아 있는 TDF (현재 기준 TDF2045 또는 TDF 2050)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TDF에 투자하면 은퇴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처럼 과대 포장되어 판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불완전판매 입니다. 물론 주식형펀드에 장기 투자하면 단기투자할 때마다 수익을 낼 수 있고 노후자금이 많이 축적된 은퇴시점 (Target date)에서는 주식시장이 하락하더라도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보수적으로 자산배분을 펀드에서 알아서 전환해 준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TDF는 생산자(운용회사) 관점에서 구성된 상품(펀드)이지 은퇴자금 또는 목적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투자자에 대한 맞춤형 솔루션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

목적 자금을 마련하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솔루션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상품에 얼마나 (how much), 얼마 동안 (how long)투자하면 원하는 목적 자금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가 알 수 있어야 하는데 TDF는 이러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고 있습니다. ​

업계에서는 TDF를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으로 지정해 주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시기 상조입니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투자상품을 지정하지 않을 때 가입자가 승인하지 않더라도 TDF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에서 우리나라 DC형 퇴직연금과 비슷한 401(k)에서 TDF가 디폴트옵션으로 지정되면서 TDF 가입이 급증한 것에 고무되어 업계에서 디폴트옵션제도 도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직장을 옮길 때 일시금으로 찾아 가는 경우가 많고 주택마련 또는 가족이 질병이나 부상을 당했을 때 퇴직연금을 쉽게 인출할 수 있도록 조건이 완화되어 있습니다. ​

글로벌 충격이 발생하여 주가가 40% 급락하여 TDF에서 20~30% 정도의 손실을 발생한 상황에서 가입자에게 근퇴법에서 규정하는 인출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 발생하여 퇴직연금계좌에서 인출하려고 하는데 20~30% 손실이 발생하였다면 가입자의 심정은 어떨까요?​

가입자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Default 옵션제도하에서 투자된 TDF에서 손실이 발생한 경우라면 누가 이 상황을 책임질 수 있을까요?

TDF가 만능상품이 아니고 Target date가 20년 정도 남아 있는 TDF는 글로벌주식형형펀드, 20년 이하로 남아 있으면 글로벌 주식에 40~70% 투자하는 글로벌주식혼합형펀드로 생각하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보조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할까요?​

가입자가 나름 자신이 있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펀더멘탈이 양호한 신흥시장주식형펀드, 특히 중국, 베트남, 브라질, 인도주식형펀드와 글로벌 하이일드펀드를 보조포트폴리오에서 투자합니다. 이 펀드들은 장기 성장 관점에서 펀더멘탈이 양호하고, 해당 국가들에 대한 경제 및 증시분석자료들이 많아서 이를 기반으로 투자판단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