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설명합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계약형 퇴직연금제도와 대비 되는 퇴직연금 적립금 관리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계약형 퇴직연금은 현재 우리나라의 퇴직연금 운영 시스템을 말하는데 사용자(기업)가 퇴직연금 사업자와 운용 및 자산관리계약을 맺어서 근로자의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은 사용자가 기업과 독립적인 수탁법인을 설립하여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2018년 금융투자협회가 DB형 퇴직연금을 도입한 256개 기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운용실태를 조사한 바 있습니다. 이 중 적립금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핵심의사결정자는 100인 미만 기업은 주로 CEO 또는 오너였고 100인 이상 기업은 CEO, CFO, 담당부서장이 비슷한 비중을 보였습니다.​​


<적립금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핵심의사결정자>
자료: 금융투자협회


DB형 퇴직연금제도를 채택한 기업의 경우 퇴직연금= 근속연수 × 퇴사 직전 3개월 평균임금에 의하여 산정이 되고 직원들은 적립금 운용성과에 상관없이 퇴직연금을 지급 받기 때문에 기업의 적립금 운용 방법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

하지만 적립금이 부족하게 되면 추가적으로 해당 기업이 부담하기 때문에 기금형제도를 도입하여 적립금 운용성과를 제고할 수 있다면 기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현재의 계약형제도하에서도 체계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만 적립금 운용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CFO나 담당부서장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 해 손실을 보더라도 중장기 관점에서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 글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내용을 담고 있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근퇴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을 알아 보고 및 도입 효과를 살펴 보겠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기 위한 근퇴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비영리재단인 기금형 수탁법인을 설립하여야 합니다. 현 계약형 체제하에서 사용자가 퇴직연금사업자의 운용관리보수 및 자산관리보수 등 퇴직연금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처럼 기금형 수탁법인의 설립과 운영비용은 모두 사용자가 부담합니다. ​ ​


기금형 수탁법인의 주요 업무​

수탁법인의 주업무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이지만 퇴직연금 사업자로 등록하여 운용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도 있고 외부에 위탁할 수도 있습니다. 자산관리업무는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기관과 계약을 체결합니다.​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업무를 외부에 위탁할 수 있지만 수탁법인이 적립금을 내부에서 운용하고자 하는 경우 자본시장통합법 (자통법)상의 투자일임업자로서 등록 하여야 합니다. 운용관리업무를 직접 수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퇴직연금사업자의 운용관리사업자로서 등록하여야 합니다. ​

기금형 수탁법인의 이사회는 사용자가 선임하는 이사와 근로자 대표가 선임하는 이사를 각각 동 수로 임명하고 자산운용에 관한 전문성 등 근퇴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춘 사람 중 사용자가 근로자 대표와 협의하여 선임한 사람으로 구성됩니다. ​​


이사회의 심의 의결 사항은

1) 적립금 운용 원칙 수립, 적립금 운용성과 평가 등을 포함하는 운용계획서 작성 및 변경,

2) 운용관리업무의 수행 또는 운용관리업무 및 자산관리업무 수행에 관한 계약 체결,

3) 연 1회 이상 가입자 교육 (운용관리사업자에게 위탁 가능) 등입니다 .


근퇴법 개정안 기준으로 기금형 수탁법인의 주요 업무를 <표 1>에 요약합니다.


<표 1> 기금형 퇴직연금 수탁법인의 업무


기금형 퇴직연금 수탁법인의 가능한 운영모델을 유형별로 분석합니다. ​

수탁법인의 주요 업무영역인 적립금 운용업무와 운용관리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에 따라 <표 2>와 같이 4개의 운영모델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표 2> 수탁법인의 운용 모델 구분


기금형 수탁법인의 주력 운영모델은 A 또는 C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수탁법인이 적립금 운용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면 운용관리업무도 같이 수행하는 것이 비용 효율적이기 때문에 운영모델 B는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적립금 운용업무와 운용관리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운영모델 D의 경우 현재의 계약형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좋은 대안일 수 있기 때문에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는 논거는 없어 보입니다.

국회에 계류중인 근퇴법 개정안에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의 가입자는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스스로 선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 근퇴법 제21조1항이 개정안에서도 존치하고 있기 때문에 확정기여형의 기금형 수탁법인은 가입자가 효과적으로 적립금 운용 업무(투자상품과 투자비율 선택)를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역할로 적립금 운용업무의 범위는 축소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운영모델 A 분석 (적립금 운용업무와 운용관리업무 수탁법인이 직접 수행)​

기금형 수탁법인이 적립금을 운용하고 운용관리사업자로서 퇴직연금 운용관리업무를 내부에서 실행하는 운영모델입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큰 대기업이 채택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운용관리업무의 핵심은 기금형 수탁법인이 투자할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운용관리업무를 상품제조업자 (은행의 경우 예금 및 신탁상품, 증권사(CMA, 신탁, 랩어카운트 등), 보험사의 이율보증형 상품 등)에게 위탁하면 상품을 추천할 때 자사 상품 또는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

기금형 수탁법인의 최우선 목표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에 상품 및 운용전문조직을 갖추어 상품 제조업자(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들을 대상으로 우수한 상품을 선정하여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경우 운용관리업무도 자체적으로 담당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부담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시행초기에는 내부 상품 및 운용전문조직이 충분치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외부 퇴직연금 전문투자기관로부터 투자자문을 받아 적립금을 운용하고 가입자 교육도 담당하게 할 수 있습니다.​


운영모델 C 분석 (적립금 운용은 아웃소싱, 운용관리업무는 직접 수행)

적립금 운용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과 역량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역량을 갖추고자 하는 경우 초기에 채택할 수 있는 모형 입니다. 적립금 운용을 위탁하는 경우 수탁법인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위탁 사업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데 이는 운용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수행할 수 있습니다. ​

이 운영모델은 자본시장업계에서 가장 선호할 것 같습니다. 대형자산운용회사 및 증권사가 국내 연기금을 대상으로 비슷한 업무 (OCIO)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형 체제하에서 퇴직연금 주요사업자인 은행과 보험사로부터 퇴직연금 사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OCIO (Outsourced CIO)란 기금과 운용총괄위탁계약을 맺어 기금의 투자정책서 (IPS: Investment Policy Statement)에서 명시된 전략적 자산배분 또는 목표 수익률과 위험 한도를 준수하면서 단기적 자산배분과 우수상품 투자를 통하여 투자수익률을 제고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외부전문운용기관을 의미합니다. ​

이 운영모델하에서는 퇴직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 (ALM관점), 적립금의 잉여금 리스크관리, 그리고 운용성과평가는 기금의 이사회가 담당하고 이에 대한 실행은 외부 기관 (OCIO)이 담당하는 체계입니다.​

근퇴법 개정안에서 OCIO는 투자일임업자여야 하는데 계약형 퇴직연금의 주도사업자인 은행은 투자일임업이 허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ISA 제외). 은행들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고객인 가입자의 이해보다 대형 사업자들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규제완화도 필요합니다.

연금기금 운용과 비슷한 OCIO 사업이 대형 자산운용회사와 증권회사 중심으로 과점화 되고 있습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과점화 된다면 현재 계약형체제하에서 발생한 부작용 (특히, 사용자 및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등)이 기금형체제하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은 기업의 퇴직연금부채를 고려한 운용이 필요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행되고 있는 OCIO 업무 (아직은 자산중심 운용 프로세스)보다 더 전문적인 역량을 필요로 합니다. 상장기업의 경우 퇴직연금부채의 시가평가로 인하여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실적이 부진하면 기업의 재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전문적으로 운용하는 자산운용회사나 자문회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입자들의 퇴직연금을 장기적 관점에서 전문적으로 운용해 주거나 자문해 줄 수 있는 전문 투자기관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

규모의 경제를 위하여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보다 퇴직연금 사용자나 가입자의 특성에 맞게 특화되어 맞춤형으로 운용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많을 수록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비용도 낮아지고 수익률이나 서비스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퇴직연금의 사용자나 가입자들에게 투자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주업무인 운용관리업무을 수행하는 자산운용전문기관은 없습니다. 자산운용회사들은 법적으로 동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역량이 되는 대형회사들은 운용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자회사 들입니다. 투자(일임)자문회사는 자통법에서 규정한 운용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모자산운용회사 등록요건을 완화하여 자산운용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퇴직연금 업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필요합니다.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업무와 운용관리업무를 전담 수행하는 퇴직연금전문자산운용기관에 대한 등록 요건을 신설하여 역량이 우수하지만 자본이 취약한 우수한 인력들이 퇴직연금 사업에 진출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퇴직연금전문자산운용회사가 허용되면 사용자(기업) 및 가입자(근로자)들과의 소통이 강화되면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상품 개발 및 운용이 가능할 것 입니다. 특히 보수(비용)이 높은 공모펀드보다 퇴직연금기금에 적합한 사모펀드를 출시하여 투자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논의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주로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대한 기금형 제도입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DC형 퇴직연금 및 IRP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입니다. DC형 퇴직연금에서 가입자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 기금형제도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는 다음 글에서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