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가 DC형 퇴직연금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운용될까요?



2018년 금융투자협회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 643명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관련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가입자들의 기대수익률은 연 3.2~5.7% 입니다 (2017년은 이보다 1% 포인트 낮았음). ​

퇴직연금 적립금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거나 실적배당상품을 30% 이상 투자하는 가입자들은 5%대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퇴직연금 적립금 투자에 자신이 없어서 소극적으로 투자하거나 실적배당상품을 30% 미만으로 투자하는 가입자들은 3%대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 이하 입니다. ​


1년에 투자 상품을 한 번도 변경하지 않은 가입자는 전체의 83%에 달합니다.​

현재 운용에 만족해서 상품을 변경하지 않은 가입자는 22%에 불과합니다. 전체의 41%는 운용에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귀찮아서 변경하지 않았고, 22%는 상품 변경 절차와 방법을 몰라서 변경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2019년 초에 발표된 금융감독원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2017년 중 투자상품을 변경하지 않은 가입자는 전체 가입자의 90%에 달한다고 합니다.​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하는 가입자의 38%는 운용지시를 하지 않았거나 펀드 운용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원금손실이 우려되어서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한다는 것이 52%로서 가장 높습니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50% 정도가 수익률을 전혀 확인하지 않거나 1년에 한 번 정도 확인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1) 가입자의 52%가 원금 손실이 우려되어서 실적배당상품에 투자하지 않고 있고

​2) 가입자의 65%가 운용에 관심이 없거나 귀찮아서 1년 동안 투자상품을 한 번도 변경하지 않았으며 ​

3) 설문대상자의 50%가 퇴직연금 수익률을 확인하지 않거나 1년에 한 번 정도 확인합니다. ​



적립금의 90% 이상을 2%도 안되는 은행예금 등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하고 있는데 퇴직연금수익률은 연 3% 이상을 원하고 있습니다.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하였더라면 퇴사 시점의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하여 퇴직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고민할 필요가 없는데, DC형 퇴직연금은 매년 임금총액의 1/12을 정산해서 받는 식이기 때문에 기대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은 오롯이 근로자 몫입니다.​


최근 국회 자본시장특위가 디폴트옵션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

디폴트옵션이란 DC형 퇴직연금제도에서 가입자가 투자할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 (즉, 운용지시가 없는 경우) 디폴트옵션에 포함된 상품으로 자동투자되는 것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기업(사용자)이 주도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선정하여 자동투자하는 제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디폴트옵션제도 도입 여부를 결정하고 디폴트옵션상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노사 합의를 의무화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DC형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입자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계기로 기업과 노조가 운용관리사업자에 의존하지 않고 우수한 상품들을 선별하여 직원들에게 추천하는 프로세스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디폴트옵션을 노사 합의로 선택하여 운영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도입 될 가능성은 높지만 시행까지는 2년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현 제도하에서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이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알아 봅니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할 때 기업 (사용자)이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얻거나 협의하여 퇴직연금규약을 작성하는데 적립금의 운용은 퇴직연금규약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1. 퇴직연금규약에서 지명된 운용관리기관이 상품 정보를 제공합니다.​

운용관리기관은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에 관한 정보를 모바일이나 인터넷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입니다. 이에 따른 수수료는 가입자 (직원)가 아닌 사용자(기업)가 부담합니다.​

운용관리기관은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의 경우 상품정보와 과거 수익률 및 위험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원리금 보장상품 경우 제공하는 상품의 종류와 수익률 정보를 매월 업데이트해서 홈페이지에 공시합니다.


2. 가입자는 운용관리기관이 제공하는 상품중에서 투자할 상품을 선정합니다.​

퇴직연금제도가 처음으로 도입될 때에는 가입자들이 서면으로 투자상품을 선택하게 됩니다. 퇴직연금제도가 시행 중인 기업에 신규 채용된 근로자들은 통상 퇴직급여가 발생하는 시점 (입사 후 1년)에 투자상품을 선택합니다.​

퇴직연금에 처음 가입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입자들은 운용관리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상품을 선택하여 운용지시를 수행합니다. 근퇴법에서는 매반기 1회 이상 상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가입자는 언제든지 운용관리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앱을 통하여 상품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기업)는 정기적으로 부담금을 가입자(근로자)의 DC형 퇴직연금계좌에 납입하는데, 가입자는 새로이 납입되는 부담금으로 투자할 상품을 운용관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미리 등록할 수 있습니다. 복수의 상품을 선택하여 부담금 투자비중을 설정하면 부담금이 납입될 때 마다 해당 투자비중대로 지정된 상품에 적립식 방식으로 투자됩니다.

가입자는 자신이 투자하고자 하는 상품을 퇴직연금사업자(금융기관)가 제공하지 않는 경우 이를 추가해 줄 것을 운용관리기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운용관리기관은 요청을 접수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처리결과를 해당 가입자에게 통지하여야 합니다. ​



가입자가 투자할 상품을 지정하지 않으면 어디에 투자되나요?​

퇴직연금제도가 처음 도입될 때 운용관리기관이 가입자 교육을 하면서 대부분 원리금보장상품에 일단 투자할 것을 권유합니다. 최종 선택은 가입자가 하게 되는데 투자 상품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또는 원금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두려워서 원리금보장상품에 투자합니다.​

가입자가 퇴직연금에 처음 가입할 때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 원리금보장 운용방법 중 특정 상품 (예: 1년 만기 정기예금)에 투자한다는 것과 그 이후에도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직전 운용지시와 같은 운용방법으로 운용지시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이 퇴직연금규약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이 퇴직연금업무를 수행할 때 준수하는 ‘퇴직연금사업자 업무처리 모범규준’에서도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시 투자방법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원리금보장 상품의 만기시 별도의 운용지시가 없는 경우 동일한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자동 재예치되거나 동일한 상품이 없으면 대기성자금 등으로 전환됩니다. 대기성자금에 대해서는 보통 콜금리 (현재 1.75%)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는 경우 퇴직연금사업자는 이 사실을 만기 도래 15일 전까지 서면 등으로 운용지시자에게 안내하여야 하고 가입자의 별도 운용지시가 없는 경우 동일상품에 재투자합니다. 가입자가 스스로 운용지시를 하도록 유도하는 통지라고 볼 수 있지만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2019년부터는 원리금보장상품에 대한 운용지시방법이 다양화 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원리금보장상품에 한하여 가입자가 특정 운용 상품이 아닌 ‘운용 상품의 종류, 비중, 위험도 등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운용지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습니다.​

아래 표에서와 같이 기존에는 ‘A은행 1년만기 정기예금’ 등으로 상품을 특정하여 운용지시하는 것만 허용되었는데 향후에는 ‘신용등급 AA- 이상 은행의 1년이내 예적금 중 금리가 가장 좋은 상품으로 운용’하는 방식으로 운용지시를 할 수 있습니다.​


자료: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상품 운용지시방법 개선, 2019년 1월


운용관리기관은 이러한 방식으로 운용지시를 할 수 있다는 운용지시확인서를 고객에게 설명하고 이를 이해하였는지를 확인한 후 이를 실행할 수 있습니다. ​

은행들이 퇴직연금의 주력 사업자인 점, 자동 재투자되는 상품은 원금손실을 우려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1년짜리 은행정기예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 금리는 계속 하락하는데 은행예금 편중현상이 더 심화되고 안정적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기대수익률 3% 달성은 더 요원하게 될 것입니다. ​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만기가 도래하는 1년 동안 다른 상품으로 갈아 탈 수도 없습니다. 요행히 해당 만기일에 시간이 있어서 다른 상품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그 날을 놓치면 1년 동안 정기예금에 투자하고 기다려야 합니다.

​가입자가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도 퇴직연금 자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러한 개선안을 마련하였다고 하는데, 중장기적으로는 퇴직연금가입자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대한 관심을 저하시키고 낮은 운용수익을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기도래자금은 연 1.75% 정도 주는 대기성 자금으로 전환하고 운용관리기관이 지속적인 상담과 교육을 통해서 가입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는 것을 계기로 기업이 투자교육을 형식적으로 진행하는 운용관리기관에게 맡기기 보다는 직원들의 복지차원에서 양질의 투자교육을 제공하고 우수한 상품을 선별하여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직원들의 수익률을 높아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