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제도 개편안에 대한 해설 (2019. 8. 30)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연금개혁특위가 30일 국민연금 제도개선방안을 발표하였습니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보다는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정치적 결과물입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2%로 높이면서 목표소득대체율을 45%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다수안입니다. 더 내고 더 받자는 것인데, 보험료를 3%p만 인상하면서 소득대체율을 5%p나 상향 조정한, 조금 더 내고 많이 더 받는,미래세대에게 확실하게 더 큰 부담을 전가하는 방안을 선택한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번 개선안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노령연금)으로 수령하는 금액이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합니다. 즉


소득대체율
=국민연금 월수령액 ÷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기준소득월액 평균


소득대체율이 40%라면 국민연금 가입기간 중 평균소득의 40%를 노령연금으로 수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노령연금액 수령액은 목표소득대체율, 월평균소득 및 가입기간에 의해 결정됩니다(최소 10년 이상 가입하여야 연금 수령 가능). 즉​


노령연금 연간 수령액
= 0.1 × 상수 × 월평균소득 × 가입연수
= 0.1 × 상수 × 1/2(A+B) × 가입연수

상수는 목표소득대체율에 해당하는 고정값을 말하는데 소득대체율 40%시 1.2, 45%인 경우 1.35 입니다. ​

월평균소득은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과거 3년 평균월액(A값)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 중 자신의 월평균소득(B값)을 평균치입니다.

평균소득은 노령연금을 처음으로 수령하는 연령(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을 기준으로 계산된 금액입니다. ​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목표소득대체율은 40%입니다(2019년 44.5%에서 매년 0.5%p씩 인하된 후 2028년 이후에는 40%를 유지).​

목표소득대체율 40%는 자신의 평균소득이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과 동일한 가입자 기준으로 4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경우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가입기간이 40년을 채우지 못하거나 자신의 평균소득이 전체가입자의 소득과 상이한 경우 소득대체율은 달라집니다. ​​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목표소득대체율 40%에 해당하는 상수=1.25를 대입하여 소득대체율 산식을 아래와 같이 정리합니다.


소득대체율
= 노령연금 월 수령액÷월평균소득
= [0.1×상수× 1/2(A+B)×가입연수÷12]÷B
= 0.01×[ 1/2(A+B)÷B]×가입연수 ​



가입자의 평균소득(B값)구간별 소득대체율 계산

1) B값=A값 (평균소득이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과 동일한 가입자, 2019년 A값=235.7만원)
· 소득대체율 = 0.01×가입연수, 국민연금에 40년 가입시 소득대체율은 40%,
· 가입연수가 1년 감소할 때 마다 소득대체율은 1%p 감소. 즉 30년 가입시 소득대체율은 30%.

2) B값=0.5A값(평균소득이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의 50%(2019년 현재 118만 원)인 가입자
· 소득대체율 = 0.015×가입연수, 국민연금에 40년 가입시 소득대체율은 60%
· 가입기간이 1년 감소할 때 마다 소득대체율은 1.5%p씩 하락. 즉 30년 가입시 소득대체율은 45%.

3) B값=1.5A값(평균소득이 전체가입자 평균소득이 1.5배(2019년 현재 354만원)인 가입자
· 소득대체율 = 0.083×가입연수, 국민연금에 40년 가입시 소득대체율은 33%
· 가입기간이 1년 감소할 때 마다 소득대체율은 0.83%p씩 하락. 즉 30년 가입시 소득대체율은 24.7%​


따라서 국민연금이 목표로 하는 소득대체율이 40%라고 하더라도 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에 따라 달라집니다(40년 가입 가정). ​


평균소득이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과 동일한 가입자는 소득대체율이 40%이지만
전체 가입자 평균보다 큰 경우 소득대체율은 40% 이하로 낮아지고
전체 가입자 평균보다 작은 경우 소득대체율은 40% 이상으로 높아집니다.



소득대체율 40%는 낮은 수준인가?​

소득대체율은 높을수록 좋습니다. 문제는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근로세대가 부담하는 보험료를 재원으로 사전에 정해진 공식(defined benefit)에 따라 산정된 연금을 은퇴세대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높은 소득대체율은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


주요 OECD 회원국의 소득대체율을 비교합니다.​

아래 표는 OECD 자료로서 우리나라를 포함 주요 OECD 회원국 소득대체율과 연금보험료 수준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득대체율은 39.3%로서 일본 34.6%나 미국 38.3%보다는 높고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유럽의 주요국가들보다는 낮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최대 30만원까지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존재합니다. 외국의 경우 기초연금은 최저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70%에게 최대 월30만원까지 지급합니다(국민연금 수령액이나 보유재산 규모에 따라 감액).​

기초연금 30만원은 2019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 235.7만원의 12.7%(소득대체율)이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하면 OECD 회원국의 평균 소득대체율과 비슷합니다. 여기에 기업이 근로자 임금의 8.3%(국민연금은 9%)를 부담금으로 납입하는 퇴직급여제도가 별도로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40년보다 훨씬 짧아서 실질소득대체율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평균 가입기간이 22년 입니다. 목표소득대체율이 40%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소득대체율은 22%에 불과합니다.

표의 마지막 칼럼 ‘소득대체율/보험료율’은 소득대체율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나눈 값으로서 비용(보험료) 대비 수익(노령연금)의 크기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값이 클수록 국민연금의 가성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40년 동안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한 후 은퇴 후 사망시까지 연금을 수령하기 때문에 화폐의 시간 가치를 무시하였지만 국가별 비교지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소득대체율/보험료율 비율은 4.4로서 소득대체율이 86.4%인 덴마크의 6.8보다는 낮지만 타 국가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가 대부분의 OECD 회원국과 비교하여 보험료는 낮은데 연금을 많이 수령하는 형태로 설계되었음을 반증합니다.



현행 국민연금제도(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는 지속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합니다.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 공적연금을 도입한 국가들도 연금재정이 취약하여 보험료는 높이고 연금을 처음으로 수령하는 나이를 65세 이상으로 높이는 등 연금개혁을 하고 있습니다. 스웨덴과 같은 나라는 구조적 개혁을 통하여 미래세대로 전가되는 부담을 최소화하였습니다. ​

그런 나라들보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은 보험료 대비 노령연금의 가성비가 높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고령화 속도는 최고 수준입니다.

정부는 매 5년마다 향후 70년에 걸쳐 국민연금의 수입과 지출을 추정하여 국민연금의 장기재정상태를 추계하고 있습니다. 2018년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현행 국민연금제도를 유지한다면 2057년에 국민연금 적립금이 완전히 고갈됩니다. ​

아래 표는 2088년까지 국민연금의 적립기금, 보험료 및 총지출추이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 적립금은 2034년 1,778조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후

· 2042년부터 총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지는 적자상태로 전환되면서 기금이 감소하기 시작하여

​ · 2057년에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이 제로가 되는 것으로 추계되었습니다.



​​ <국민연금의 수입 및 지출 전망>
자료: 국민연금 제도개선에 관한 공청회 자료집(윤석명, 2018년 정부 연금 개편안 평가, 2019)


국민연금기금이 제로가 되는 2057년 이후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파랑색 막대로된 표시는 총지출(연금지급액)은 증가속도가 매우 가파른 반면 보험료수입은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

국민연금 재정 적자는 2057년에 124조원(GDP의 2.1%)되고 그 이후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확대됩니다(재정적자 2060년 200조, 2088년 800조). 출산율 1.05명을 가정하여 추정한 것인데 2018년 출산율 0.98명을 기준으로 추계하면 더 심각한 상황이 됩니다. ​

단순히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연금수급개시연령을 상향하는 것과 같은 모수적 개혁(parametric reform)이 아닌 제도 자체를 변혁시키는 구조적 개혁이 없이는 국민연금제도가 지속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연금을 국가가 지급보장하도록 국민연금법을 개정한다고 하지만 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확정된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재원은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여 마련하든지 아니면 국가가 세금으로 메꿔야 하는데 어떠한 방식이든간에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게 전가됩니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제로가 되면 당해 년도에 징수한 보험료가 노령연금을 지급하기 위한 유일한 재원이 되는데 이를 부과방식(PAYGo: Pay As You Go)이라고 합니다. 보험료를 납입하는 사람은 누구나 연금이 지급된다는 뜻입니다.​

부과방식하에서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필요보험료율을 계산할 때 장기재정추계기간(우리나라 70년) 동안 연금을 지급하고 70년 후에 추가적으로 2년치의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규모의 적립금이 있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적립배율 2배). ​

이러한 가정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의하면 국민연금 보험료는 현재의 9%에서 17%로 즉각 인상하여야 국민연금제도가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나왔습니다(윤석명, 2018년 정부 연금 개편안 평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중심으로, 2019). ​

2013년에 추정하였을 때 지속 가능한 필요보험료가 12.9%였는데 5년 후에 1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예상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습니다. ​​



국민연금 개선안(소득대체율을 45%로 상향, 연금보험료율을 9%에서 12%로 인상)은 더더욱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발표된 다수안이 시행될 경우 국민연금 적립금의 고갈되는 시점은 2057년에서 2063년으로 연기되는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기금이 고갈되면 2065년 기준으로 연금지급을 위하여 징수해야 할 보험료가 35.6%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어 현행 제도 유지시보다 지속가능성은 더 악화됩니다(김용하(2019) 시뮬레이션 기법을 이용한 국민연금의 제도적 지속가능성 고찰).



두 연구 모두 소득대체율 40%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국민연금보험료는 최소 17%로 추정되었습니다. ​

현행 보험료율이 9%니까 거의 두 배로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연금제도 개선안 마련 과정에서 시행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응답자의 63%가 현재 9%인 보험료 수준이 부담스럽고 전체응답자의 50%는 현재의 보험료 수준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아직 연금을 수령하지 않고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들의 의견이기에 당연해 보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 저부담ㆍ고급여 체제로 설계되었습니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제도 안착을 강조하여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문제점은 크게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

저부담ㆍ고급여체계는 지속적으로 이슈화 되었지만 노무현 대통령 시절 소득대체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한 것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고 내부적으로 곪고 있는 상황입니다. ​

이 번에 발표된 개선안(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은 현행 제도보다 국민연금의 장기재정을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김용하(2019)). ​

국회가 최종적으로 다수안을 선택할지는 불확실하지만 선진국들이 그랬듯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제도 개혁이 이루어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 · 복지국가 관점에서 국민연금은 반드시 존속:. 국민의 노후를 더 이상 가족이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

· 소득대체율 40%는 유지(OECD 권고 수준)

​ · 보험료율 단계적 인상 & 연금수급연령 65세에서 점진적으로 상향

​ · 장수위험을 세대 내로 내재화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



무엇보다도 장수위험을 세대 내로 내재화하기 위한 구조적 개혁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변수는 다음과 같은 장수위험입니다.

​ ·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출산율 0.98명,

​ · 우리나라 65세 노인의 기대여명이 2060년에 세계 2위(여성 기준)로 추정(OECD)

​ · 2075년 우리나라 노인부양비는 78.8명으로 세계 1위(일본 75.3)(OECD). 노인부양비는 20-64세 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도 근로세대의 보험료를 재원으로 은퇴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될 수 밖에 없습니다. ​

더구나 인구통계학적 특성이 공적연금의 재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어느 나라보다 클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


1990년대 모든 이해당사자들간의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도출된 스웨덴의 공적연금개혁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스웨덴의 공적연금개혁의 가장 큰 특징은 장수로 인한 연금지급의 부담을 미래세대로 전가하지 않고 동일한 연령대에서 흡수하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한 것입니다. 은퇴시점의 일시금을 가입자가 속한 연령의 평균기대여명에 걸쳐 연금으로 지급하도록 하여 장수로 인한 재정악화를 예방하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여 연금수령액이 자신이 납입한 보험료와 평균기대여명에 연동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이 이루어진다면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질 것입니다.​ ​



참고로 우리나라 국민연금 가입현황을 요약한 도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