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제도(사전지정운용방법), 퇴직연금(DC, IRP)계좌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까?

올해부터 퇴직연금제도에 3가지 변화가 발생합니다.

변경된 제도가 활성화되면 우리나라 퇴직연금 산업도 한 단계 발전하고 근로자들의 퇴직연금 수익률도 향상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첫 변화는 앞으로 퇴사할 때 수령하는 퇴직금도 IRP계좌로 이전하는 것이 의무화됩니다. (4월14일시행)

퇴직금을 즉시 인출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더 좋은 제도입니다.

55세 이상인 분들은 IRP계좌로 이전 후 즉시 연금 개시 신청을 한 후 전체 금액을 인출하면 퇴직금의 12% 정도는 연금으로 인출하는 것으로 되어 퇴직소득세 30%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원래 취지가 퇴직금을 중도인출하지 말고 모아서 부족한 노후자금으로 활용하라는 취지이므로 가급적 인출하지 말고 IRP계좌를 유지하는 것을 권합니다.

두번째 변화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가 시행됩니다(4월 14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는 근로복지공단이 외부전문기관을 고용하여 근로자들의 DC형 퇴직연금을 하나의 계좌로 통합하여 운용하는 기금형제도입니다.

현재 DC형 퇴직연금제도는 계약형이라서 퇴직연금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 중에서 가입자(근로자)가 직접 선택하였습니다.

대상은 30인 이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 가입할 수 있습니다. 곧 발표된 시행령에서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에 가입하는 근로자와 기업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마지막으로 디폴트옵션제도가 올해 6월부터 시행됩니다.

디폴트옵션제도는 가입자가 운용할 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기업이 선택한 디폴트옵션 상품중에서 퇴직연금사업자가 골라서 근로자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많은 근로자들이 퇴직연금계좌를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판단하에 장기투자 시 수익률이 양호할 것으로 생각되는 상품에 가입시키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중 디폴트옵션제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아래에 설명하였습니다.

올해 12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함)이 개정됨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2022년 6월부터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 제도가 시행된다. 디폴트옵션 제도란 퇴직연금계좌(DC, IRP) 가입자가 적립금을 운용할 상품을 스스로 선정하지 않을 경우 퇴직연금사업자가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하여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퇴직급여법에서는 ‘사전지정운용방법’이라고 한다.

디폴트옵션 왜 필요한가


DB형 퇴직연금제도의 퇴직급여는 매년 임금증가율만큼 증가하는 반면 DC형 퇴직연금제도에서는 운용수익률만큼 증가한다. 따라서 DC 계좌의 운용수익률이 임금증가율보다 낮으면 DC형 퇴직연금의 퇴직급여는 DB형 퇴직연금보다 적어진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최근 5년 및 10년 기준 DC형 퇴직연금계좌의 수익률은 각각 2.1%와 2.8%로서 임금증가율(연 3.1%)보다 낮다.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의 수익률은 임금증가율을 상회하였지만, 적립금의 80% 이상이 예치된 원리금보장상품의 수익률이 저조하였기 때문이다.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근로자들이 DC형 퇴직연금을 스스로 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의 2018년 설문 조사에 의하면 DC형 퇴직연금계좌 가입자들이 운용상품을 변경한 횟수가 연 0.3회에 불과하였다. 운용상품을 변경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운용에 특별히 관심이 없고 귀찮아서’(41%)와 ‘변경 절차와 방법을 몰라서’(21%)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에 다니거나 젊은 직장인일수록 퇴직연금계좌를 직접 운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다. 퇴직연금계좌의 적립금을 운용하지 않으면 대기성 자금으로 남아 있거나 은행 정기예금 등으로 자동으로 재가입되어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행동재무론에 따르면, 일반 개인들은 현재 상황을 변경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는 것을 선호하는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을 가지고 있다. 많은 근로자가 DC형 퇴직연금제도에 처음으로 가입할 때 원리금보장상품에 자동으로 재가입하는 운용방법을 선택한 이후 계속 방치한 것도 현상유지편향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들이 행동편향을 교정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상유지편향은 감정편향으로서 교정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행동편향이므로 이를 교정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투자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퇴직연금제도가 활성화된 미국 등 앵글로색슨 국가에서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한 이유도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현상유지편향을 활용하여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DC, IRP에 적용되는 디폴트옵션 제도 운용 프로세스


우리나라의 디폴트옵션 제도는 DC형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개인형 퇴직연금(IRP)에도 적용된다. 주요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Q) 디폴트옵션 제도에 포함되는 상품은?

A) 퇴직급여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디폴트옵션 상품은 원리금보장상품과 적격 펀드가 있다. 적격 펀드로는 투자목표시점(타깃데이트)이 명시되어 있고 투자목표시점에 근접함에 따라 투자 위험을 낮추는 펀드(타깃데이트펀드),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자산배분펀드(타깃리스크펀드), MMF 그리고 인프라펀드가 포함된다. 곧 마련될 시행령에서 적격 펀드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퇴직연금 이해당사자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나온 타협의 산물이지만 원리금보장상품이 디폴트옵션 상품에 포함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을 낮춰서 수익률을 제고할 목적으로 디폴트옵션 제도를 도입한 것인데 원리금보장상품을 디폴트로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으로 적격 펀드가 제안되더라도 가입자는 언제든지 원리금보장상품으로 변경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원리금보장상품이 디폴트옵션 상품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회사가 제시한 디폴트옵션상품을 가입자가 철회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적립금이 예치되는 용도로만 가입할 수 있다.

Q) 디폴트옵션 제도가 적용되는 가입자는?

A) DC형 퇴직연금제도에 처음으로 가입하는 근로자(신규 가입자)가 우선 적용대상이다.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가 도래하였지만, 만기일 후 4주가 경과할 때까지 스스로 운용할 상품을 선정하지 않은 가입자도 적용대상이다.

Q) 디폴트옵션 상품은 어떻게 선정되는가?

A) 계약형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퇴직연금계좌 가입자들은 운용관리기관이 제공하는 상품에만 운용할 수 있으므로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정할 때에도 운용관리기관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디폴트옵션 상품이 선정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운용관리기관이 디폴트옵션 상품 선별

운용관리기관은 퇴직급여법에 명시된 디폴트옵션 상품 중에서 운용수익률, 투자위험 및 펀드보수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별한다.

2) 고용노동부장관의 사전 승인

운용관리기관은 선별된 디폴트옵션 상품을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사전 승인을 신청한다. 고용노동부장관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신청된 상품을 심의하여 디폴트옵션상품 여부를 승인한다. 심사 기준은 퇴직급여법에서 규정하는 디폴트옵션 상품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와 더불어 수수료 수준이 해당 상품의 운용 손익 등에 맞춰 적정한지 등이다. 디폴트옵션 상품별로 퇴직연금 관리수수료가 다를 수 있고 펀드의 보수비용이 차별화될 수도 있을 것 같다.

3) 기업(사용자)의 디폴트옵션 상품 선정

운용관리기관은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승인된 디폴트옵션 상품을 사용자(기업)에게 제시한다. 기업은 사업장 단위로 디폴트옵션 상품을 설정하고 이를 근로자 대표와 합의한 후 퇴직연금규약에 명시한다. 기업은 원리금보장상품과 적격 펀드 중 하나를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선택할 수도 있고 복수로 선택할 수도 있다. 적격 펀드를 디폴트옵션상품으로 선정할 경우 타깃데이트펀드나 타깃리스크펀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Q) 퇴직연금계좌에서 가입하는 디폴트옵션 상품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A) 운용관리기관은 기업이 선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을 해당 기업의 근로자(가입자)에게 제시하고 운용할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하도록 요청한다. 신규 가입자가 가입일부터(기존 가입자는 원리금보장상품 만기일부터 4주가 지난 시점부터) 2주일이 지난 이후에도 운용할 상품(디폴트옵션 상품 또는 다른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 운용관리기관이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하여 적립금을 운용한다. 이 경우 가입자가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한 것으로 본다. 운용관리기관이 적립금을 디폴트옵션상품에 예치한 경우에도 가입자는 언제든지 다른 상품으로 교체할 수 있다.

디폴트옵션의 효력 발휘될까


디폴트옵션 제도가 시행되면 퇴직연금계좌 가입자의 적립금 운용 형태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할까? 디폴트옵션 제도의 성공하기 위해서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제공하는 운용관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의 디폴트옵션 제도는 기업이 근로자가 투자할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정하고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한 해당 상품에 자동 가입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디폴트옵션 제도는 기업이 지정한 디폴트옵션 상품을 가입자가 선택해야 하고 선택하지 않는 경우 운용관리기관이 선정하여 가입시키는 형태이다.

기업이 디폴트옵션 상품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 노조와의 합의가 필요하므로 원리금보장상품과 적격 펀드 모두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선택할 수 있는 상품 수는 몇 개로 제한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원리금보장상품과 적격 펀드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인 것이다. 귀차니즘과 상품 변경 방법을 몰라서 상품을 교체하지 않는 가입자들이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운용상품을 선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운용관리기관이 가입자를 대신하여 원리금보장상품이나 적격 펀드 중 하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디폴트옵션 제도가 새로 입사한 근로자뿐만 아니라 기존의 가입자에게도 적용되므로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하는 근로자의 연령대가 넓다. 운용관리기관, 특히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80%에 달하는 은행과 보험사들은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정할 때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통계는 없지만,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DC형 퇴직연금제도인 401(k)연금 가입자의 적립금 운용 통계에 의하면 20대 가입자는 적립금의 51%를 TDF에 투자하지만 30대는 41%, 40대 이상은 20%대로 나이가 들수록 TDF 비중은 감소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디폴트옵션 제도가 도입되면 TDF가 디폴트옵션 상품의 주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도 퇴직연금계좌에서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펀드 유형은 TDF이다. 우리나라에서 출시된 TDF는 19개 시리즈에 달한다. 동일한 TDF라 하더라도 운용수익률과 투자 위험이 상이하다. 운용관리기관이 디폴트옵션에 포함된 펀드에 대한 투자전략, 운용 성과 및 위험 수준에 대한 분석자료를 제공하지만, 기업과 근로자 대표는 근로자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직원들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정하여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기업이 종업원의 복지 차원에서 적극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퇴직연금의 주인은 근로자이고 기업과 근로자 대표가 근로자의 이익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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