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제도, 어떻게 개편(개혁?)될까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국민연금제도를 개편해야 젊은 세대의 부담이 줄어드는데, 표에 눈멀어 연금을 더 주겠다고 공약해 놓고 도저히 감당이 안되니 아예 논의를 중단해 버려 지난 5년을 허송세월하였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국민연금제도 개편에 동의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국민연금제도 개편이 수면위로 떠 오르면서 최근 언론에서도 제도 개편방향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더 많은 기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설명합니다.

국민연금제도의 개편 방향을 논의할 때 중요한 것은 현재의 국민연금제도가 지속 가능한 제도인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지속 가능하다면 부분적 개편을 통해서 현 제도를 유지하면 되지만, 지속 불가능하다면 현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제도의 지속 가능성 여부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에 달려 있습니다.

30~40년 동안 보험료를 납부한 후 30~40년 동안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국민연금은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의 연금을 부담하는 형태입니다. 따라서 보험료를 납부하면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젊은 세대에게 있어야 하는데, 향후 50년 동안 인구구조 변화는 답이 없는 상황입니다.

아래는 통계청이 추정한 미래 연령별 인구 분포입니다.

국민연금제도가 1989년 처음 도입되었을 때에는 60세 이상 인구가 많지 않았습니다.

2020년에도 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0.24명으로 크지 않았습니다. 대략 근로세대 4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50년 후인 2070년에는 근로 세대 1명이 2.1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출처: 통계청​

출산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통계청 추계보다 더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출산율이 급증하거나 이민 인구가 급증하지 않는 한, 현재의 국민연금제도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단순히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출산율이 낮아지고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국가연금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면서 스웨덴은 10년 간 진행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새로운 연금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스웨덴의 연금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1. 연금 수령 직전 가입자의 적립금은 본인이 납입한 보험료에 명목임금증가율만큼 수익을 붙여서 확정합니다. 이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모든 가입자가 동일하게 향유하는 체제입니다

2. 노령연금 수령액은 가입자 적립금을 가입자와 동일 연령대의 기대여명으로 나눠서 산정합니다. 따라서 은퇴 직전 적립금이 같아도 기대여명이 긴 세대는 매년 수령하는 연금이 감소합니다.

3. 매년 연금 수령액은 물가상승률만큼 상승합니다. 또한 경제성장률이 적정 수준을 하회하면 연금수령액은 감소하고 적정 수준을 상회하면 연금수령액이 증가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제도는 모든 가입자들이 납입한 보험료를 하나의 계좌에 통합하여 관리합니다. 노령연금을 처음 수령할 때 산정되는 연금은 보험료와 가입기간에 비례하지만, 일단 수령하면 물가상승률만큼 증액하여 평생 수령합니다.

따라서 노인세대가 장수할수록 노령연금 지급액은 증가합니다.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젊은 세대가 노인세대의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의 연구에 의하면, 현 체제를 유지하면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되는 2057년에 국민연금의 보험료가 소득의 30% 수준으로 증가해야 노인세대에게 약속한 노령연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도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험료가 계속 증가해야 하는데, 이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스웨덴의 국가연금제도에서는 동일한 연령별로 적립금이 별도 관리된다고 보면 됩니다. 개인이 은퇴하기 전까지 마련하는 적립금은 납입한 보험료 또는 소득에 비례하여 증가합니다. 연금수령액은 연금을 수령하기 직전의 본인의 적립금을 동일 연령대의 기대여명으로 나눠 산출하여 지급됩니다.

타 연령대의 기대여명이 증가하더라도 연금수령액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물론 기대여명보다 더 길게 생존하더라도 연금은 계속 수령합니다. 하지만 이 재원은 동일한 연령의 연금수령자 중 기대여명 이전에 사망하는 사람들의 적립금입니다.

결론적으로 스웨덴의 국가연금제도는 본인의 소득에 비례해서 노령연금액이 결정되고 동일한 연령대의 노령연금은 평균적으로 그 연령의 가입자들로부터 조달되는 형태입니다.

출산율이 낮아지거나 평균수명이 증가하더라도 동일 연령대의 기대여명에 따라서 노령연금이 결정되고 타 연령대의 장수에 의해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대 간 공정성이 담보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처럼 연금제도를 구조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므로 시간이 걸립니다. 스웨덴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여 제도를 시행하기까지 10년이 걸렸습니다.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30년이 걸려서 연금제도를 개혁하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제도를 구조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논의하면서 국민연금의 재정이 악화되는 속도를 완화시키기 위해 미시적 조정이 필요합니다.

미시적 조정이란 보험료를 인상하고 연금을 처음으로 수령하는 연령을 높이는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채택하는 방법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보험료는 9%로서 다른 국가의 거의 절반 수준입니다. 따라서 국민연금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데, 이는 고스란히 젊은 세대의 부담입니다.

노령연금 개시 연령을 증가시키는 등 연금을 수령하는 세대의 희생도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연금개시 연령을 67세 또는 70세로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처음에는 연금개시 연령이 60세였지만 65세로 점진적으로 연장되고 있습니다. 곧 67세나 70세로 연장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노령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분들의 연금수령액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이는 연금재정이 파탄 직전인 국가를 제외하고는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연금 수령자의 연금액을 줄이는 것은 기왕에 법에서 정한 사항을 취소하고 새로운 것을 소급하여 적용하는 형태입니다.

한 번 소급 적용을 하게 되면 미래에도 소급 적용을 할 수 있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불신은 최고조에 달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연금제도를 변경하더라도 소급 적용하지 않고 이행기간을 두어서 장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령연금을 산정하는 방법도 변경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은 다음과 같이 산정됩니다.

계수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에 상응하는 계수로서 소득대체율이 40%인 경우 계수는 1%입니다.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 동안 소득대체율이 변경된 경우 연도별 소득대체율을 단순 평균하여 산출한 값입니다.

A값은 국민연금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입니다.

노령연금 수령을 개시하기 직전 3년 동안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입니다. 예를 들어 2023년에 처음으로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가입자에 적용되는 A값은 2020, 2021, 2022년의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2022년의 물가 수준으로 환산한 후 평균한 값입니다. A값은 매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하는데 2022년의 A값은 전년보다 2.6% 증가한 268만원입니다.

B값은 노령연금 수령하는 가입자의 생애평균소득입니다.

생애평균소득이란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 동안의 평균소득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1990년부터 2022년까지 보험료르 납입한 후 2025년에 노령연금을 수령하는 가입자의 B값은 1990~2022년까지 33년 동안 보험료를 산정하는 소득의 평균입니다.

생애평균소득은 연도별 소득을 연금을 처음으로 수령하는 2025년 직전연도인 2024년의 물가 수준으로 환산한 후 평균한 값입니다.

따라서 (A+B)/2는 노령연금액을 산정하기 위한 가입자의 평균소득입니다.

가입기간 중 소득대체율이 40%였다면, 40년을 국민연금에 가입한 경우 가입자의 평균소득의 40%를 매월 노령연금으로 수령합니다.

노령연금을 산정하는데 사용되는 모수(parameter)를 변경시켜 국민연금제도를 개편하기도 합니다.

소득대체율 인하: 국민연금이 도입된 1989년에는 70%로 설정되었습니다. 소득대체율 70%에 상응하는 계수는 1.75입니다. 그 이후 국민연금제도가 개편되면서 소득대체율도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2028년에 40%로 하락한 그 이후에는 40%를 유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소득대체율을 40% 밑으로 인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공적연금의 목표가 최저생계비에 상응하는 연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0~50%는 되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40년 동안 근무해야 그나마 소득대체율을 40%를 달성할 수 있는데, 40% 아래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인하하는 것은 공적연금 존재 명분이 부정하는 것입니다.

제도개편 방안으로 평균소득을 산정하는 방법을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노령연금 산식에서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전체가입자와 본인의 평균소득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평균보다 소득이 높은 가입자는 평균소득이 하락하여 기여한 보험료보다 낮은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하고 평균보다 소득이 낮은 가입자는 평균소득이 증가하여 납입한 보험료보다 더 높은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합니다. 국민연금에 소득재분배 기능을 추가하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위기에 처하고 출산율저하와 장수로 인하여 젊은 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제도가 개편되면 노령연금 수령액도 감소합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노령연금액은 본인이 납입한 보험료에 비례하여 결정되어야 합니다. 이는 노령연금 산식에서 평균소득을 계산할 때 A값을 제거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실행하는 것처럼 저소득자에 대한 기초 생활보장은 다른 가입자가의 보험료가 아닌 국가의 재정으로 부담해야 합니다. 즉, 국가 재정으로 재원이 조달되는 기초연금을 강화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국민연금에서 수령하는 노령연금은 가입자의 보험료 또는 소득에 비례해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본처럼 타 공적연금제도와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지기는 하였지만, 아직 국면연금보다 납입 보험료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인 수익비가 높습니다. 군인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은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아직 법으로 보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법으로 보장하면 국가채무가 큰 폭으로 증가하겠지만 공적연금 가입자 간의 형평성을 제고하여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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